시몇편
광양에 가야겠네
글사냥필
2019. 11. 29. 19:30
광양에 가야겠네
한승필
내 젊음이 섬진강을 흐르던 시절
1, 6자 든 날이면 난전 달구는
화덕불 석쇠 위 20원 짜리 겟장어구이와
고봉으로 담아주는 30원 짜리 오곡밥에
반나절 한끼는 배불렀던 곳
그날이 5월 어느 봄날이었나
시장골목 선술집 목로 긴 의자에
혼자도 좋았고 둘이서도 좋았던
죽순회 한 접시와 탁배기 한 주전자
30년도 훨신 지난 저 남쪽 바닷가 마을
광양에 다시 가보고 싶은 것은
내게 아직 젊은 피가 요동치기 때문이다
사내들은 전라도 사투리로 호기롭고
처녀들은 경상도 억양으로 정이 깊은
여기가 전라돈가 경상도인가
도경계를 흐르는 섬진강 줄기
광양읍 하동읍 복판을 가로질러
굽이굽이 돌아서 흘렀으면 좋았을
지금은 포항제철 체2공장이
섬과 겟벌을 지우고 세워졌다는데
오늘 날엔 20원 들고 개불 한 점 어림 없는
아, 스무 살 시절의 광양역과 하동역
하루에도 몇 차례씩 드나들던 대합실
난전에 봇짐을 풀어봐야 파리떼만 극성떠는
철로 위를 미끄러지던 나훈아의 고향역
점심에는 싼맛으로 드나들던
역전 귀퉁이의 하꼬방 토스트 가게
시누이 격 20 전 주근깨 아가씨는
올케 언니 눈을 피해 덤까지 올렸는데
남녘땅 광양에 하루 쯤 시간 내어
자가용차 버리고 열차 타고 가고 싶은
아니, 아니 가야 할
동백이 뚝뚝 떨어지는 길을 따라
그 허무의 마음바다 열리는
시름겹던 젊은 날로 돌아가야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