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물고기

글사냥필 2020. 2. 10. 15:54

 

 

 

물고기

 

 한승필

 

물고기를 잡으려고

방죽에다 매일매일 그물을 치는 어부

물고기는 이리저리 수초를 따라 몸을 숨긴다

덩달아 수문을 열어 물을 빼는 관리인

이번엔 아예 씨를 말릴 작정인가

신선한 산소를 넣어 주겠다던

수족관 아저씨도 따라서

'너 죽어봐라' 설쳐대고

물 위로 건져진 물고기는

그제서야 마취에서 깨어난 듯

펄떡,

도마 위에서 몸을 한번 뒤척여 본다 

한 접시의 횟고기로 탁자 위에 올려진

아름다운 종말이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