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장례식
글사냥필
2020. 3. 4. 08:01
장례식
한승필
문명이 열리던 최초의 역사도 그랬을까
오랜 친구의 죽음으로 본
막다른 길목에서
의사들은 생명을 저울 위에 올려놓고 눈금만을 보고 있었다
누가 볼까, 양심주머니 속 숨은 진실을
인술은 언제나 옛말 같았다, 남이야 어떻게 생각하든
내 눈은 그렇게 보고 있었다.
수많은 죽음을 만지다 보면 감각 기관들이 죽어있겠지
옆 동 장례식장을 보고도 느낄 수 있었다
죽음의 예식으로 암암리에 돈뭉치가 오고 가는
주검을 놓고 흥정하는 보험회사와의 줄다리기와
재산상속을 위한 분배의 법칙에 따른 난투극,
삶의 한 단면을 보았다고 생각하면 착각일까,
누가
어떻게
전쟁에서 적의 한방에
결론은 주검의 향연이었다
그런 죽음도 예식만은 치러야 했다
아니 연고자가 있다면 거쳐야 할 의례 행사 같은
멀리서 보았을 땐 행려자의 알 수 없는 주검처럼
그렇고 그런 사연들이 갑자기 나의 末梢神經을 건드린다
막을 수 없는 밀물인가,
어느 날 갑자기 죽음을 알려왔던 또 다른 친구가
몇 년이 흐른 뒤에 꿈에서 나타났듯
아직도 의식 속에 살아 있는
결코, 지워진 주검은 아닌 것 같은
그도 병원 장례식장에서 식을 치렀다
병원마다 장례식장이 부속으로 달려있었다.
주검을 처리하는 공장들일까,
사람이 먹고 숨 쉬며 살아가는 일
장례식장에서만큼은 주례가 없다.
선서는 있었던가,
너는
내 가슴에 꽂힌 한 방의
정수리를 관통시킨 총알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