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바늘밭

글사냥필 2020. 3. 4. 20:00

 

 

 

바늘밭

 

 한승필

 

길이라기보다는 차라리 바늘밭이었다

길은 외길로 길게 뻗어 있었지만

나는 그 길을 마다하고 바늘밭을 걸었다

너는 황량한 밀밭처럼 넓게 펼쳐져 있었고

이정표 같은 한그루의 포플러가 남쪽 끝에 서 있었다

마음이 구름처럼 떠돌다가 머무는 곳

天上界를 넘어서면 나타날 것 같은

十善을 닦지 못한 내가 어찌,

아아 결국은 결국은

네 가슴에 안겨도

피눈물의 바늘밭만 걷고 있었다

 

神을 거부한 반쪽 심장의 몸부림이여

여기도 저기도 바늘밭인가,

이정표 같은 한그루의 포플러는

북쪽 끝에도 서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