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충무 앞바다
글사냥필
2020. 3. 29. 13:44
충무 앞바다
한승필
겨울 바다에는 죽어서도 가지 말자
청춘이 파랗게 멍든 바다
누구에게 저리도 두들겨 맞았을까
뜯을 것 없는
내 아침 밥상 국물도 없는 바다
고깃배도 뜨지 않는 포구에서
해풍은 마른미역을 걷어내듯
갈고리로 세월을 낚아 올린다
그래도 찾아가는 겨울 바다
선창에 서면
갈치 떼에게 뜯기는 오장
바다는 내 육질에 입맛을 잃었는가,
더는 볼 일 없어 돌아서는 겨울 바다
됫소주 한 병 나팔 분 뒤
오장 까뒤집어 게워내고 갈거나
더는 인연의 닻줄
내리지 말자 충무 앞바다에
돌아서는 발길이 또 무겁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