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파푸아 추장 선거
글사냥필
2020. 3. 29. 19:13

파푸아 추장 선거
한승필
홀라당 옷을 벗고 밥을 먹는 종족이 있다면
홀라당 옷을 벗고 부부 싸움을 하는 종족도 있다
밤 일을 하려면 누구나 홀라당 벗어야겠지
그런 종족은 남의 눈치 보지 않고 참 편히 살아 좋겠다
곤충도 물고기도 세렝게티 맹수도 홀랑 벗고 사냥을 하고
홀랑 벗고 밥을 먹고 암수가 만나 그 짓을 하고
아니 처음부터 옷이라는 것을 입은 적 없는
지금은
아마존의 인디오도 밤일하거나
샤워하거나 물고기를 잡기 위해
물속으로 들어가기 전에는 홀랑 벗지 않는데
홀라당 옷을 벗고 밥을 먹는
홀라당 옷을 벗고 패싸움을 하는
파푸아 뉴기니의 원시 부족 같은 또는
부시맨 같은 그런 놈들이
썩은 물을 마시지 않고서도 때만 왔다 하면
대낮부터 홀랑 벗고 길바닥에 나뒹군다
이제 보신탕집은 추억으로 사라져 간
눈물지며 아련하게 잊혀져 가는
그래도 개고기는, 개고기로 버젓이
숨 쉬며 살아간다
나체족의 원조, 아니 후손쯤 되는……
'나는 깨끗합니다'
'털면 물어뜯는 개털입니다'
나체족 추장으로 뽑아주세요
파푸아의 라니족도 지금은
시장 나들이에 옷을 입고 나온다
'내 말 믿으세요
파푸아당 부시맨당' 은
홀라당 옷을 벗고 밥을 먹는 종족입니다
홀라당 뒤집어도 털릴 것 없는 개털당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