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마지막 편지 -젊은 날의 비망록-

글사냥필 2020. 4. 12. 17:42

 


 

 

 

마지막 편지

 

 한승필

 

너에 대한 그리움이 깊어지는 그런 밤에

나는 이별이라는 단어를 쉽게 쓰고 있었다

차라리 사랑이 한 송이 버려진 들꽃이라면

너를 복사해 책상에 두고

눈물과 한숨으로 지워냈을 것이다

새 한 마리 날지 않는 창가에서

너의 얼굴만 하늘가에 그리다가

몽매한 편지지만 구겨 날렸다

너는 어느 이름 없는

별나라 요정

두서없는 맘이라도 전해주고 싶지만

그 별나라에 우체통은 있는지,

나는 그 누구도 읽지 못할

낙서 같은 글을 쓰다

다시 지운 편지지에 얼굴을 묻고

밤새껏 나를 적셨다

 

 

 

                                  벗꽃이 만발한 금산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