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바다에서 바다가 그리운 사람

글사냥필 2020. 5. 11. 22:07

 

 

 

바다에서 바다가 그리운 사람

 

 한승필

 

바다에서 바다를 외면하는 날이 있다

하사에서 장교가 된 간부학교 출신의 이 중위

황해도 어디, 고향은 모르지만

그는 부산 어느 바닷가 고아원이 집이다

달지도 못해본 일 계급 특진 대위가 되어

그는 지금 국립묘지에 한 줌의 재로 누워있다.

찾는 이 하나 없는 쓸쓸한 무덤

그를 생각하면 왠지 바다를 잊고 싶다

꿈 많은 시절, 이 중위의 밀어들이

독백으로 흘러갔을 그 바닷가,

너의 마음 한가운데 풀어 놓은 고백들이

이젠 내게로 한숨처럼 스며든다

퀴논의 밀림속에 잠 들었을 

전설 같은 옛 얘기를 진주처럼 키워낸 사람

그 바다 수심 깊은 용궁이 너무 멀고 아득하다

바다에서 바다가 미치도록 그리운 날

너의 가슴 한복판에 길을 내는 일이

죽음처럼 서러울 때

청춘의 목마른 갈증을 눈물로 푼다

젊은 날의 깃발이여 잘 가시라

바다에서 바다가 그리운 사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