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이름 프리드리히(Friedrich)는 성씨(Familienname; family name, surname)도 되고 이름(Vorname; given name, first name)도 됩니다.
우리나라의 성씨(姓氏)는 2000년 11월 현재 모두 286개[본관(本貫)은 4,179개]가 있는데 그 가운데 김(金), 이(李), 박(朴), 최(崔), 정(鄭), 강(姜), 조(趙), 윤(尹), 장(張), 임(林)’의 10대 성씨(姓氏)가 전체 인구의 64.1%를 차지한다고 합니다.
독일의 성씨는 대략 30만개 정도 되는데 10대 성씨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인구의 6.82%입니다(자료 : http://www.uni-protokolle.de, 1996년). 독일의 10대 성씨는 모두 직업을 나타내는 말에서 유래했습니다.
1. 뮬러 Müller(Möller) '방앗간 사람‘ 1.57%
2. 슈미트 Schmidt(Schmitz Schmitt) ‘대장간 사람’ 1.14%
3. 슈나이더 Schneider (Schröder) ‘옷만드는 사람’ 0.69%
4. 피셔 Fischer ‘고기잡는 사람’ 0.59%
5. 마이어 Meyer(Meier Maier Mayer) ‘집사/청지기’ 0.52%
6. 베버 Weber ‘옷감짜는 사람’ 0.51%
7. 바그너 Wagner ‘수레 만드는 사람’ 0.47%
8. 베커 Becker ‘빵만드는 사람’ 0.45%
9. 슐츠 Schulz ‘면장/이장’ 0.45%
10. 호프만 Hoffmann(Hofmann) ‘농사일 하는 사람’ 0.43%
우리나라의 경우 10대 성씨에 ‘오(吳), 한(韓), 신(申), 서(徐), 권(權), 황(黃), 안(安), 송(宋), 유(柳), 홍(洪)’를 더한 20대 성씨(姓氏)가 차지하는 비율은 78.2%에 이르는데, 독일에서 20대 성씨가 차지하는 비율은 전체인구의 10% 정도에 그칩니다.
11. 쉐퍼 Schäfer 0.37%
12. 코흐 Koch 0.36%
13. 바우어 Bauer 0.36%
14. 리히터 Richte 0.35%
15. 클라인 Klein 0.33%
16. 슈뢰더 Schröder 0.31%
17. 볼프 Wolf 0.31%
18. 노이만 Neumann 0.29%
19. 슈바르츠 Schwarz 0.27 %
20. 침머만 Zimmermann 0.26%
김성회 한국다문화센터 사무총장에 의하면 1909년 민적법이 시행된 이후 우리나라에서는 일본과는 전혀 다른 현상이 발생하였다고 합니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후 모든 사람이 성씨를 갖도록 했고, 그래서 생겨난 성씨가 10만이 넘는다. 성씨를 지을 때 큰 의미를 두고 짓지 않았다. 산마을에서 태어났으면 山村, 밭 가운데 집이 있으면 田中, 이런 식이었다. 그런데 한국에서 40%가 넘는 무성 층에게 성을 갖도록 했더니 대부분이 김씨, 이씨, 박씨로 신고를 한 것이다. 결국 한 성씨(김씨)가 5000만 인구의 5분의 1이 되는 기현상이 빚어진 것이다. 이것은 40%나 되던 무성 층이 새로 성씨를 만들기보다는 권문세도가나 거대씨족의 성씨를 빌려서 신고함으로써 생겨난 현상이다. 또한 명문세도가의 노비들이 새 성씨를 신고하면서 모시던 양반의 성을 그대로 따서 지은 경우도 있었고, 거꾸로 해방된 노비를 회유하여 성씨를 부여한 뒤 노역을 시켰던 경우도 있었다. 심지어 자신이 부리던 노비들을 모두 해방시키고 자신의 성씨를 부여해 주었던 양반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 일제시대에 신고된 성씨가 세종 때 파악된 성씨보다 많지 않은 현상까지 빚어졌다.”(인용 : 세계일보 2011.3.1, 「김성회의 뿌리를 찾아서」)
성씨로서의 프리드리히(Friedrich)는 부계(父系) 조상의 이름을 성씨로 삼는 이른바 ‘패트로님(patronym, patronymic; Patronym)’의 일종입니다. 독일 전체인구의 3%도 되지않는 작센-안할트(Sachsen-Anhalt)주에 전체 프리드리히 성씨의 10%가 거주하며 작센-안할트에 인접한 브란덴부르크와 베를린에도 많이 거주하고 있고 오스트리아의 빈이나 스위스의 취리히에도 다수 거주합니다. 성씨(family name)로서 프리드리히(Friedrich)는 랭킹 52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부르는 이름(Vorname, Rufname; given name)’으로서 프리드리히(Friedrich)는 20세기 초까지 가장 인기있는 이름 중 하나였습니다. 프리드리히 대왕이 제위에 있던 1750년 경에는 바이에른 지방을 제외하고 독일 전역에서 인기있는 이름이었고 특히 프로이센에서는 1790년부터 1830년까지의 기간 동안 남자 이름 전체의 40~50%가 프리드리히(Friedrich)였습니다. 그랬던 것이 1960년대까지 차츰 인기를 잃어갔고 2010년도 남자어린이 인기이름 Top 500 중에서 176위를 기록하는데 그치고 있습니다.(자료 : http://www.beliebte-vornamen.de/jahrgang/j2010/top500-2010).
오랜 연륜을 가진 이름 ‘프리드리히(Friedrich)’와 달리 1970년대에 처음 등장한 이름 ‘케빈(Kevin)’이라는 이름의 사연도 눈물겹습니다. 영국출신 프로축구선수 케빈 키건(Kevin Keegan, 1951~)이 함부르크팀에서 뛰면서 독일 대중들에게 알려지기 시작한 ‘케빈’은 1989년에 랭킹 20위권에 처음 진입했고 1991년에는 랭킹 1위를 차지하는 기염을 토합니다. 영화 「나홀로 집에(Kevin – Allein zu Haus)」와 미국 영화배우 케빈 코스트너(Kevin Costner)의 인기에 힘입은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케빈’이라는 이름의 폭발적인 인기는 반짝이었고 이후 2004년까지는 근근히 30위권을 유지하는 정도였습니다. 여기서 케빈이즘(Kevinismus)이란 말이 생겨났습니다. 짧은 기간 동안 폭발적인 인기를 누렸던 ‘케빈(Kevin)’이라는 영미식 이름을 가진 독일 학생들에 대해서 교사들은 “성적은 좋지 않으면서 많이 나대는 저소득계층 출신 학생”이라는 선입견을 가진다는 연구가 등장할 정도입니다. 그렇지만 케빈(Kevin)은 2010년 랭킹 124위를 차지하여 프리드리히(176위)나 프리츠(200위)를 당당히 앞서고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