땡감
한승필
왜 하필이면 땡감이란 말인가,
솎아내지 않아도
여름 장마를 견뎌내지 못하고
더러는 떨어지는 대부분이 떨어지는
그러면서 물러지는
그러나 놈들은 노란 단감이나
빨간 홍시로 익을 때보다 철부지 푸른 시절
더욱 단단하고 더욱 알차다,
그렇다면 놈들은 아직 꿈을 묶어놓고
미처 풀지 못하는
그렇다면 단감이나 홍시는
꿈 보따리를 풀어버린
아아, 그랬었구나,
푸른 시절에 더욱 단단했다는
떨어지긴 쉬워도 떨어지지 않고 남은
떫은 놈들의 변신
삶이 너무 깊어지면 물러 터지는
왜 하필 처음부터 땡감이란 말인가,
설익을 때 단단하고 거침없이 드높은
때 이른 것들은 모두 떫은맛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