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땡감

글사냥필 2013. 2. 23. 07:56

 

 

 

 

땡감

 

한승필

 

왜 하필이면 땡감이란 말인가,

솎아내지 않아도

여름 장마를 견뎌내지 못하고

더러는 떨어지는 대부분이 떨어지는

그러면서 물러지는

그러나 놈들은 노란 단감이나

빨간 홍시로 익을 때보다 철부지 푸른 시

더욱 단단하고 더욱 알차다,

 

그렇다면 놈들은 아직 꿈을 묶어놓고

미처 풀지 못하는

그렇다면 단감이나 홍시는

꿈 보따리를 풀어버린

아아, 그랬었구나,

푸른 시절에 더욱 단단했다는

 

떨어지긴 쉬워도 떨어지지 않고 남은

떫은 놈들의 변신

삶이 너무 깊어지면 물러 터지는

왜 하필 처음부터 땡감이란 말인가,

설익을 때 단단하고 거침없이 드높은

때 이른 것들은 모두 떫은맛이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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