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구에 서서
한승필
포구에 서서
포구를 그리는 것은
남태평양 타히티의
폴 고갱 같은 사내가
파도에 멍든
길들어진 고독을 털어내는 일
섬과 포구를 거느린 바다는
남풍을 끌어와
시린 가슴에 안겨주지만
포구에 서서
또 다른 포구를 그리는 것은
파고드는 목마름에 가슴이 타는
낯선 이국에서
한 사내가 눈시울을 적시는 것 같은
배 한 척 없는 포구에서
너의 나침반은
방향키를 바꾸라고
꾸역꾸역 물안개를 피워낸다
*그림: 프랑스의 르느와르 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