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포구에 서서

글사냥필 2020. 1. 3. 09:24

 

   

 

포구에 서서

 

 한승필

 

포구에 서서

포구를 그리는 것은

남태평양 타히티의

폴 고갱 같은 사내가

파도에 멍든

길들어진 고독을 털어내는 일

   

 

섬과 포구를 거느린 바다는

남풍을 끌어와

시린 가슴에 안겨주지만

포구에 서서

또 다른 포구를 그리는 것은

파고드는 목마름에 가슴이 타는

낯선 이국에서

한 사내가 눈시울을 적시는 것 같은

    

 

 

배 한 척 없는 포구에서

너의 나침반은 

방향키를 바꾸라고

꾸역꾸역 물안개를 피워낸다   

 

 

*그림:  프랑스의 르느와르 작

 

'시몇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도토리묵  (0) 2020.01.06
이것저것 와장창창   (0) 2020.01.06
화천의이모저모  (0) 2020.01.02
*포구  (0) 2020.01.01
한식요리  (0) 2019.12.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