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지
한승필
누군가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을 때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찾아
모래 위에 꾹꾹 눌러 써보라
세월이 흘러
밀물과 썰물은 너의 흔적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다시 지우겠지만
가슴을 적시고 간 어둠의 공간에서
밀어의 조각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깊고 넓은 가슴이 품게 해두라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다시 가슴이 시려오는 날
누군가 이 바다에 다시 찾아와
그리움에 사무친 편지를 쓰게 되면
가슴 아린 밀어의 조각들을
다시 꺼내 읽으리니
너와 나는 언제나
빗금처럼 바닷가를
서성이다 가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