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모래 위에 쓴 편지

글사냥필 2020. 1. 23. 08:05

 


 

편지

 

 한승필

 

누군가 소중한 사람에게

편지를 쓰고 싶을 때는 

한적한 바닷가 마을을 찾아

모래 위에 꾹꾹 눌러 써보라

 

세월이 흘러

밀물과 썰물은 너의 흔적을

천 번이고 만 번이고 다시 지우겠지만

가슴을 적시고 간 어둠의 공간에서

밀어의 조각들이 흩어지지 않도록

깊고 넓은 가슴이 품게 해두라

  

그리고 또 세월이 흘러

다시 가슴이 시려오는 날

누군가 이 바다에 다시 찾아와

그리움에 사무친 편지를 쓰게 되면

가슴 아린 밀어의 조각들을

다시 꺼내 읽으리니

 

너와 나는 언제나

빗금처럼 바닷가를

서성이다 가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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