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파로호

글사냥필 2020. 1. 31. 09:24



파로호


  한승필

 

破虜湖

오랑캐를 수장했지만

나는 파로호에 어린 꿈을 수장했다

너무 쉽게 부서진 슬픔의 잔해들이

햇빛을 받은 물결 위에 눈부시다.

저 깊은 속을 물질하듯 들여다보면

너는 더 깊이 잠수하고

사실

드러내 보일 것 없는

파로호의 추억은 너무도 시시해서

뒤로 기운 역사의 기둥보다 쓸쓸하다,

애인과의 로맨스만 강바닥에 드러누운

외진 강둑

봄도 이른 젊음은

볼품없는 조각상을 세워보라고

   

파로호는 오늘

역사의 판도라 상자를 수장했지만

나는 파로호에

못다 핀 젊음의 꽃잎을 흩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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