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부서지는 꿈들이 너무나 많다

글사냥필 2019. 12. 23. 22:36



부서지는 꿈들이 너무나 많다


  한승필

 

내게 신도시를 설계하라면

나는 먼저 옛길을 남겨 두겠다

누군가의 손떼 뭍은 추억을 건드리기 싫으니까

쓰러지는 폐가도 허물지 않겠다

그건 비바람과 세월이 알아서 할 일

 

신도시의 새길은 시가지의 중심 밖을 돌아야 한다

헐고 부수는 일은 잔인한 폭격 같다

쓰러진 자리에서 누가 다시 일어설까

상처 위에서 꽃한송이 피워내는 일

쉽지 않은, 세월만이 할 일이다

신도시를 정말 세우려거든

차라리 허허벌판 사막에다 세워라,

물결 출렁이는 바다 위에 세워라,

낮설음도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다

부서지는 꿈들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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