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서지는 꿈들이 너무나 많다
한승필
내게 신도시를 설계하라면
나는 먼저 옛길을 남겨 두겠다
누군가의 손떼 뭍은 추억을 건드리기 싫으니까
쓰러지는 폐가도 허물지 않겠다
그건 비바람과 세월이 알아서 할 일
신도시의 새길은 시가지의 중심 밖을 돌아야 한다
헐고 부수는 일은 잔인한 폭격 같다
쓰러진 자리에서 누가 다시 일어설까
상처 위에서 꽃한송이 피워내는 일
쉽지 않은, 세월만이 할 일이다
신도시를 정말 세우려거든
차라리 허허벌판 사막에다 세워라,
물결 출렁이는 바다 위에 세워라,
낮설음도 상처를 건드리는 일이다
부서지는 꿈들이 너무나 많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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