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빨간 구두

글사냥필 2020. 4. 14. 13:24

 


 

 

 

빨간 구두

 

 한승필

 

그녀가 시장에서 구두를 샀다고 자랑한다

나는 구두의 습성을 모르지만

내 삶의 뒤축이 달아져 있다는 것을

신어보면 잘 안다 아니 누구라도 그럴 것이다

달아짐은 그만큼 멀리 왔다는

내 삶이 그만큼 무뎌졌다는

자기 암시 같은 하늘의 가르침인 것이다

굳이 무너짐을 강조하지 않아도

축을 새것으로 갈아주면 되는 일

참 쉬운 방법이라고 위안하면서

무슨 색 구두?”

에나멜은 아니겠지

가죽구두겠지

편한 마음으로 툭 던진 말에 

검은색.”이라고 그녀는 너무 쉽게 대답한다,

갑자기 구두 색이 궁금한 것은

엉뚱한 나의 잠재의식이 방향키를 잃은 것이다

좀 더 정직하게 고백한다면

빨간 구두에 대한 향수가 깊었기 때문이다

껌처럼 떨어지지 않는

빨간색에 대한 그리움이

아직도 내 안에 머물고 있는

 

빨간 노을이 타고 있는 저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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