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
한승필
却說하고
라면에 무슨 생각 넣겠냐마는
짜장 짬뽕에 무슨 조미료
치겠냐마는
국수사리 또는 라면 사리를
눈물 아닌 맹물에 흥덩하게 말아먹는
니체와 로댕을 고명으로 첨가하는
고리탑탑한, 서글픈 한 끼 식사
채운다는 것보다
때운다는 공식의
하루 食道樂의 역사가 쓰여지는
탁자 위에
조각화를 탁본해 본다
고리끼와 도스토옙스키의
곰팡이 낀 대화는 지하에서 숨쉬고
불어터진 면 가락의
끊어지는 비애를 입에 욱여넣는다
라면 한 그릇의 수다가
철학일까, 빠져보는
각설하고
배부른 생의 위장 속
아무래도 쉬운 라면 한 냄비
누가 뜨겁게 끓여줄 거냐
그런 탁본 한 장 떠낸다 한들
라면 국물에 말아 구겨 넣는 生
그건 아니지
너무 슬픈 독백인가,
국물 한번 시원하게 넘겨 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