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라면 한 그릇

글사냥필 2020. 4. 21. 14:38

 


 

라면

 

  한승필

 

却說하고

라면에 무슨 생각 넣겠냐마는

짜장 짬뽕에 무슨 조미료

치겠냐마는

국수사리 또는 라면 사리를

눈물 아닌 맹물에 흥덩하게 말아먹는

니체와 로댕을 고명으로 첨가하는

고리탑탑한, 서글픈 한 끼 식사

채운다는 것보다

때운다는 공식의

하루 食道樂의 역사가 쓰여지는

탁자 위에

조각화를 탁본해 본다

고리끼와 도스토옙스키의

곰팡이 낀 대화는 지하에서 숨쉬고

불어터진 면 가락의

끊어지는 비애를 입에 욱여넣는다

라면 한 그릇의 수다가

철학일까, 빠져보는

   

각설하고

배부른 생의 위장 속

아무래도 쉬운 라면 한 냄비

누가 뜨겁게 끓여줄 거냐

그런 탁본 한 장 떠낸다 한들

라면 국물에 말아 구겨 넣는

그건 아니지

너무 슬픈 독백인가,

국물 한번 시원하게 넘겨 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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