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밸리댄서

글사냥필 2020. 4. 23. 23:42

 

 

 

밸리 댄서 

 

 한승필    

 

배꼽의 내력 및 역사를 생각하며

튀르크 또는 이집트를 여행한다

아랍에는 있을 리 없다고 짐작되는

속옷 모델이 출연하는 패션쇼를 즐긴다

모델의 얼굴이나 몸매에는 관심이 없으면서

옷감이나 패션 또한 관심이 없으면서

그가 남자인지, 여자인지 그마저도 관심이 없으면서

다만 그의 반라에만 눈길을 집중한다

어디를?

오직 배꼽에만 집중하고 상상한다

-착각하지 마시라

性倒錯症變態는 절대 아닌

나는 生態學者

배꼽은 왜 태가 끊어져 흉터만 남았을까,

난 배꼽의 내력 또는 역사에만 집중한다

배꼽만 상상하면 거기에서

사하라의 모래바람이 일어난다

스핑크스와 피라미드 나일강가의 누비아인이 떠오른다

클레오파트라는 전설처럼 시시하다.

나는 속옷 모델을 밸리 댄서로 착각한다.

아이고

갑자기 날아간 둥그런 배

허리의 율동도 눈앞에 없다,

무대를 연막이 덮어버렸다

공작새는 배꼽에 둥지를 틀지 않는다

만약 배꼽에 역사를 새로 새긴다면

고성처럼 단단한 집을 지으리라,

태아의 버린 탯줄 어디 가서 찾겠는가,

누구라도 배꼽에 서린 역사는 같다는 사실

 

'시몇편'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  (0) 2020.04.29
아랍의 배꼽춤  (0) 2020.04.24
*라면 한 그릇  (0) 2020.04.21
돈황  (0) 2020.04.15
*빨간 구두  (0) 2020.04.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