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인형하나

글사냥필 2020. 5. 5. 09:10

 


 

인형 하나

 

 한승필

 

그녀는 쇼윈도에 인형으로 서 있었다

나는 가슴 한쪽을 비워 두고

네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연한 그리움이 여울진 순간,

고뇌에 찬 수레바퀴는

시간의 톱날에 걸려 돌아가지 않았다

너는 또 다른 우주에서 날아온 인형인가,

주인을 잃은 꽃다발만

덩그렇게 놓인 축제장

피안의 숲길에는 잔별 같은 소문만 무성했다.

사랑이 눈물로 다가서고 있었다

꿈속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세월의 이끼 낀 언덕에서

나는 가슴 한쪽을 밤새껏 비워 둔다

네 여울진 생이 머물 때까지 

바람소리 뚝뚝 끊어지는 정적 속에서

나는 거기 누워 너를 기다린다

미라가 된 인형 하나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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