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형 하나
한승필
그녀는 쇼윈도에 인형으로 서 있었다
나는 가슴 한쪽을 비워 두고
네가 들어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막연한 그리움이 여울진 순간,
고뇌에 찬 수레바퀴는
시간의 톱날에 걸려 돌아가지 않았다
너는 또 다른 우주에서 날아온 인형인가,
주인을 잃은 꽃다발만
덩그렇게 놓인 축제장
피안의 숲길에는 잔별 같은 소문만 무성했다.
사랑이 눈물로 다가서고 있었다
꿈속의 만남이 시작되었다
세월의 이끼 낀 언덕에서
나는 가슴 한쪽을 밤새껏 비워 둔다
네 여울진 생이 머물 때까지
바람소리 뚝뚝 끊어지는 정적 속에서
나는 거기 누워 너를 기다린다
미라가 된 인형 하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