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떡
한승필
막 구워낸 호떡을 한입 베어 물면
꿀물이 뚝뚝 떨어진다
비록 흑설탕을 녹인 가짜 꿀물이지만
달달한 그맛은 어쩔수 없다
개떡같이 못난 떡일지라도
인정 많은 반장 집 순희처럼 후덕한
꿀맛이면 그만이지
흔해 빠진 순희 이름, 성만 숨기면
아무도 모르겠지
순희와 나만 아는 호떡에 얽힌 사연
두 살이나 연상인 누나에게
단 한 번도 누나라고 부른 적 없는
천하의 개잡놈을 사랑하고
개잡놈이 사랑했던 열아홉 순희
풋살구 사랑이라 생각하면 목이 메어
중년 나이에 호떡을 먹어본다
전수학교 출신의 공부는 낙제라서
여고생 교복에 주름만 잡은
둘이서는 단 한 번도 먹은 적 없는 호떡
살짝 들린코가 귀여운 순희
서울 어딘가 포푸라나무숲에 갇힌 순희
보고싶다, 누나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