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몇편

호떡

글사냥필 2018. 12. 6. 21:19


 

호떡

     

        한승필

 

막 구워낸 호떡을 한입 베어 물면

꿀물이 뚝뚝 떨어진다 

비록 흑설탕을 녹인 가짜 꿀물이지만

달달한 그맛은 어쩔수 없다

개떡같이 못난 떡일지라도

인정 많은 반장 집 순희처럼 후덕한 

꿀맛이면 그만이지

흔해 빠진 순희 이름, 성만 숨기면

아무도 모르겠지

순희와 나만 아는 호떡에 얽힌 사연

 

두 살이나 연상인 누나에게

단 한 번도 누나라고 부른 적 없는

천하의 개잡놈을 사랑하고

개잡놈이 사랑했던 열아홉 순희

 

풋살구 사랑이라 생각하면 목이 메어

중년 나이에 호떡을 먹어본다

전수학교 출신의 공부는 낙제라서

여고생 교복에 주름만 잡은

둘이서는 단 한 번도 먹은 적 없는 호떡

살짝 들린코가 귀여운 순희

서울 어딘가 포푸라나무숲에 갇힌 순희


보고싶다, 누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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