겨울비 겨울비 가을비로 내린 너는 클래식이다 어느 고궁의 기둥처럼 고풍스럽지만 너는 이 밤 다시 차가운 겨울비로 찾아와 내 가슴에 우뚝 서있다 영혼이 흔들리는 시간의 공간에서 너는 또 저만치 허상으로 멀어지고 옷깃을 세운 빙판길에서 나는 축축이 젖어 든다 어느 고궁의 담장가에 속.. 시몇편 2019.12.18
안동역에서 안동역에서 한승필 누구는 “안동역에서” 간드러지게 눈도 안 오는데, 내리는 눈이 무릎까지 닿는다고 엄살 부리고 나는 슬쩍 누가 볼까, 지나쳐 왔을 뿐 “안동역에서”는 부르지도 않았다 듣기는 해도 부르기 싫은 죽어도 싫은 안동 어디쯤 지워야 할 잔해들이 남아있기 때문이다 까.. 시몇편 2019.12.12
임하댐에서 임하댐에서 한승필 언제였던가 슬픔 한자락 깔아 놓고 떠나온 가슴에 담아둬선 안 될 앙금들 깨진 것들은 언제 어디서나 날을 세우지만 이제는 물속으로 숨어버렸다, 아니 잠겼다, 진보로 가는 34번 길 임하호에서 다시는 눈물 뿌릴 일 없는 인연이란 끄나풀로도 묶일 일 없는 그래, 올 때.. 시몇편 2019.12.10
과메기 *과메기 한승필 청어 대신 꽁치라지 구룡포 바닷가 겨울 해풍에 말린 생선이지만 저 비린 놈을 날 거로 어떻게 먹지, 에이, 야만인 여자는 포항이라 내 말뜻을 모른다 과메기가 얼마나 고소하고 영양가 넘치는 생선인데, 포항사람이라고 아무나 먹는 생선인 줄 알아, 가난뱅이 살림으론 어림도 없는 사주지도 못하면서 흉이나 보지 말지 -친구가 내는 술좌석에서 배춧잎에 물미역과 김을 올려 채 친 마늘과 골파를 놓고 초장에 찍은 과메기를 올려 입으로 직행하는 세상천지를 다 쓸어 담은 고소한 맛 여자여 마른 침 당분간만 참아라 그냥저냥 잊어라 시몇편 2019.12.03
광양에 가야겠네 광양에 가야겠네 한승필 내 젊음이 섬진강을 흐르던 시절 1, 6자 든 날이면 난전 달구는 화덕불 석쇠 위 20원 짜리 겟장어구이와 고봉으로 담아주는 30원 짜리 오곡밥에 반나절 한끼는 배불렀던 곳 그날이 5월 어느 봄날이었나 시장골목 선술집 목로 긴 의자에 혼자도 좋았고 둘이서도 좋았.. 시몇편 2019.11.29
그리움 그리움 한승필 겉으로는 잊은 척 나는 너를 오래도록 마음 깊은 우물 속에 숨겨두고 있었다 달빛 시린 밤에도 너만을 가슴 깊이 담고 살았다 촛불 앞에 서 있어도 여운으로 다가오는 너의 영혼을 태울수가 없었던 그러한 애련(哀憐)함이 늘 달빛에 달빛에 녹아들고 있었던 가슴 시린 날이었다 시몇편 2019.11.16
*내가 다닌 극장들 화천 촌놈이 대전에 내려와 이 극장 저 극장 ,일년 동안을 쏘다니고 다니며 허송세월만 했다 그러나 지금 다시 생각하니 너무도 가슴 시린 일들만 떠오르는 것이다 방황하던 청춘의 추억들이 비망록으로 기록된.....아아 다시 생각하면 목이 매인다 제일 많이 다녔던 성남동 대동천변이든가? 평화극장(경부고속도로가 뚤리기 전 해에 문을 열었던 것 같은.... 깅 건너 큰 건물이 신도극장 대전극장 대전극장의 전신 중앙극장 대전 제일극장 선화동 벌판의 대한극장 입장료는 5원, 두편을 볼 수 있었다 신도극장 아카데미극장 자유극장 중도극장 창고가 된 소제동의 고려극장 동화극장 시몇편 2019.11.05